







고려대 시간강사 김영곤(62)씨가 조치원발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봄볕이 비추는 창측 좌석에 앉아 숨을 돌린 것도 잠시, 가방에서 주섬주섬 종이 뭉텅이를 꺼내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제출받은 학생들의 과제다. 30여건의 과제를 검토하다보니 어느덧 차창 너머로 고대 세종배움터가 보인다. 약 1시간 20분 남짓 시간이 흘렀다.
11:40 고대 학술정보원 앞
매주 목요일
강의를 앞두고 1인 시위를 하는 그에게 학생 한 명이 찾아왔다. 시간강사의
교원 법적지위 회복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동참하기위해 찾아온 학생은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녀의 손팻말에는 '비정규 교수님과 전임 교수님, 저희에겐 똑같은 선생님이십니다. 존경합니다
선생님'이라는 글귀가 쓰어져 있었다. '2인'시위는 50분간 이어졌다.
12:50 경영학과 교수회의실
강의 자료를 찾기 위해 그가 찾은 곳은
'강사휴게실'이 아닌 교수회의실이었다. "개인사물함 등 편의시설이 마련된 강사휴게실이 따로 마련돼있지 않아요.
전임교수와 마주치는 게 멋쩍을 수밖에 없는 강사들은 그래서 교수회의실에 잘 오지
않습니다." 그가 교수회의실에 머문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13:00 경영학과 강의실
그가 가르치는 과목명은 '노동의 미래'다.
그의 교육 지론은 선생 주도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의 창의적
토론 수업이다.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과 맞물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학생들의
학습권 회복도 이뤄져야 한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학생 주도의 조별 토론 수업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토론은 3시간 동안 지속됐다.
16:32 조치원역
시간강사 신분증을 역무원에게 보여준 뒤 15% 할인된
가격으로 열차표를 샀다. 한 달에 4번 수업을 하고 ‘시간강의료’로 받는 월
40만원이 한달벌이의 전부다. 이마저도 교통비, 점심값 등을 제외하면 실제 수입은 주당
7만원 정도다.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내리니 시침과 분침이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렇게 2005년 9월부터 6년째 강의중이다.
2007년 9월 7일 ~ 2010년 4월 현재 진행중
그와 함께 시간강사였던 그의 아내 김동애(63)씨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간강사의 법적 교원지위 확보를 요구하며 939일째(1일 현재) 1평 남짓한 텐트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 뿐 아니라 연세대, 이화여대, 고대 본교 등에서 1인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1998년 이후 7명의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텐트농성이 9백일 넘게 이어져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교원지위 확보. 그가 보는 '농성의 미래'는 어떨까. "이렇게 말하죠. 만약 교원지위가 회복되고 농성을 끝마치게 된다면 고향인 충남 당진으로 내려가 농사짓고 싶습니다. 저보다 아내가 더 바라는 일이지요. 그러나 교원지위 회복에 세월이 더 필요하다면 농성 또한 그만큼 지속될 것입니다." 그는 시간강사 김영곤이다.




